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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기도 히말라야 등반 1차 훈련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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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지 : 설악산 죽음의 계곡
■ 훈련기간 : 2009년 1월30일-2월2일
■ 훈련대원 : D조 : 성낙신(조장), 박용철, 김철수, 강정국, 고낙영
■ 훈련목적 : 고산에서의 등반능력향상과 팀웍증진을 위한 야영과 취사
■ 훈련내용 :
1. 피켈을 이용한 설상등반
1-1. 피켈 잡는 법 : 피켈의 피크는 설사면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 항상 산 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1-2. 설사면 오르기
1) 삐올레 망쉬 : 양손으로 피켈의 블레이드와 피크를 잡고 설면에 깊게 피켈을 찍는다.
2) 삐올레 바 : 피켈을 신체의 가로방향으로 놓고 한손은 피켈의 샤프트를 잡고 한손은 헤드부분을 잡으면서 설면방향으로 피크부분을 동시에 누르면서 설면을 오르는 기술
3) 하이데거 : 자신의 상체 위쪽으로 블레이드를 잡고 피크를 설면에 가격한다.
4) 로우데거 : 허리위치에 피켈을 찍어 헤드를 잡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프론트 포인팅을 한다. 가파른 구간 잠시 통과시 사용한다.
5) 피켈을 이용한 등반시 스텝커팅
6) 엥커포지션 : 피켈을 이용하여 설벽 및 빙벽을 등반시 피켈의 피크를 원심력에 의하여 설벽에 박아 넣은 다음 헤드부분을 잡고 등반하는 기술

1-3. 설사면 내려오기 : 설사면을 프런지스텝으로 내려오면서 추락할 경우에는 피켈의 피크에 바로 제동이 걸리도록 한다.

1-4. 활락정지(Self Arrest) : 신속성, 피켈의 피크가 설면에 박히도록 하면서 어깨로 누르도록 하고(1단계) 크람폰의 프론팅포인트로 설면을 발로 찬다.(2단계)
2. 팀웍 증진훈련
- 조별편성을 통해 3박4일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였음.
- 4조의 경우 능력에 맞는 역할배분과 활동을 통하여 훈련 기간 동안 서로가 교감하고 친분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던 계기 마련

■ 야영 및 취사

1월30일
설악골 비박
저녁 : 매식
진눈깨비
서울에서 설악산까지 김철수 대원 차량이용
비선대 훈련 집결 시간 준수 22시
-날씨: 비->눈

1월31일
양폭
산장
아침:
점심/저녁
-취사식
-밥, 우거짓국, 3찬(김치, 김, 동그랑땡)
07시:설악골출발
09시:양폭산장
09시30분:구조활동
14시00:공단 재난관리반에게
인수인계
-고 김형주님 후송
※ 긴급 상황발생으로 훈련종결
-날씨: 눈 50CM

2월1일
죽음의 계곡 설동
아침:누룽지
점심:라면
저녁:사골육계장
09시30분:양폭출발
13시30분:죽음의 계곡
15시20분:교육시작
18시30분:교육종료
18시30분이후 : 자유시간
22시00분 : 취침
교육내용은 위에서 언급.
날씨 : 흐림

2월2일
아침:스프
점심/저녁
- 매식
08시:기상
09시:출발
13시:설악동 도착
14시:온천욕 후 식사
날씨: 맑음

■ 평가

1. 생활면
- 교육기간 동안 열량보충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식량계획 수립
- PP로프(200미터) 이용시 꼬임 방지
- 식량 및 장비의 정리정돈
- 협소한 공간에서의 자기희생
2. 교육면
- 활락정지시 제동의 어려움
- 설동구축 미흡
- 스크류 부족하여 선등훈련 미흡
- 긴급상활발생으로 자기탈출 및 팀 탈출법 교육이 누락

■ 줄거리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8,091미터) 세계 10위의 8천 미터 고봉. 8,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은 신들이 사는 세상으로 인간의 근접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처음으로 8,000미터를 오른 것은 1950년 프랑스의 모리스 에르죠그였다. 그는 안나푸르나 등반을 마치고 손가락 10개를 신들에게 헌납하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엄홍길이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고 8천미터 14좌의 별을 등반하면서 안나푸르나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사랑하는 후배 지현옥을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에게 묻어 두고 발목이 돌아가는 아픔을 견디면서 결국은 5번의 도전만에 8,091미터 안나푸르나에 오른다.

그런 안나푸르나 등반의 기회가 나에게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2009년 경기도 히말라야 등반대의 훈련대원으로 선발되어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동계집중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지독한 감기몸살에 제 몸 하나 가늘 수 없다.
온 몸은 시리도록 떨리고 기침은 잦아들지 않는다. 지난 주 다친 어깨하며 바꿔 신은 신발에 발뒤꿈치는 물집이 터져 흐물거린다. 지금껏 몸 하나로 견뎌왔는데……. 벌써부터 생채기를 하는지 온몸은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한다. 오전 사무실 출근하여 간신히 버텨내서 일찍 집에 돌아와 근처 한의원에서 어깨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피를 뽑고 침을 맞고 다음 주 기다리고 있을 북한산 죽음의 훈련을 맞이하기 위해 서서히 몸을 끌어 올려야 한다.

훈련대원의 딱지를 떼고 정식 대원으로 선발되기 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여 훈련에 임해야 한다.

1월30일
철수형이 상일ic근처에서 도착했다고 전화한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장소에 나가보니 혼자 기다리고 있다. 낙영이는 삼중화 신발을 신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천호동에서 배회하고 있고 낙신이형은 오는 길에 오토바이와 접촉사고, 그리고 시동꺼짐등으로 아직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린는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상일IC를 빠져나와 22시 약속장소인 비선대산장으로 출발한다. 언제나처럼 속초에 가기 위해 용문터널 지난 첫번째 휴게소 "여기가 좋겠네"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낙신이형을 기다린다. 잠시 후 낙신이 형은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짐도 채 꾸리지 못하고 인사를 건넨다. 낙신이 형은 빠르게 저녁을 먹고 짐을 마저 챙겨 철수형 차에 옮겨 타고 출~발.

홍천을 지나 인제에 들어서니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1월말에 웬 비! 가을 천화대 가을 등반 우울한 기억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일기예보 상으로 눈이 온다고 했는데…….
이런 !
소공원에 주차하고 미리 준비된 200미터 pp로프를 집어 지고(낙영이가) 비선대 산장까지 3km 서서히 눈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처음 보는 pp로프를 다루면서 줄이 엉키고 꼬이면서 처음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200미터나 되는 로프를 사리려니 벌써부터 고소가 오고 펌핑이 온다. 입에서는 욕이 절로 나오고 쳐다보고 있는 다른 원정대의 눈치에 쪽팔리기도 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 2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오늘 하루는 비선대 산장에서 숙박을 할 줄 알았는데 설악동 입구에서 비박이라고 한다. 진눈깨비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풍부한 경험을 가진 박태원대장은 "이런 진눈깨비 눈은 서서히 내리지만 내일 하루 종일 내릴 거라고 예측한다." 설악골 입구에서 프라이에 의지한 채 하루를 보낸다.

1월31일
07시경에 죽음의 계곡으로 출발한다. 09시경 양폭산장에 도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 눈 산태에 매몰되어 구조해야 한다고 하면서 철수형과 나 그리고 몇몇 대원이 보온자켓, 보온병을 가지고 등산로에서 잠시 벗어난 음폭으로 향한다. 10여분을 걸어가니 한 사람이 누워 있고 몇몇은 넋이 나간 채 옆을 지키고 서 있다. 벌써 도착한 박태원 대장은 cpr를 시행하고 있다. 30번의 흉부압박과 마우스대마우스를 통하여 호흡을 불어 넣는다. 주위 있는 사람들을 보니 한국 사람이 아닌 듯싶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호흡이 멎어 누워 있는 사람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듯……. 김형주선생님이다.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설움과 이 분이 왜 여기에 누워 계시는지.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인수봉 은정길을 개척하고 코오롱등산학교와 서울등산학교 책임강사로 계신 분이 그것도 홍콩사람들과 함께 왜 이곳에 계신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데……. 박태원 대장이 목이 메어 "형주형"하며 크게 의식을 확인하는데 도무지 반응이 오지 않는다. 김형주선생님은 나와도 인연이 있는 분인데.
"2년 전 늦은 시간에 용평리조트에 나를 찾아와 부츠를 건네주며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먼저 가시면서 집에서 저녁식사도 대접받았는데. 기억으로는 사모님이 갤러리를 운영하시면서 그림도 그리시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형주선생님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컨테이너에서 내게 산악스키를 만들어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인데……."
김형주선생님은 매년 홍콩경찰산악회와 함께 1주일 정도 설악산에서 훈련하시는데 빙질 및 훈련장소 점검을 위해 등반을 준비하던 중 바닥이 꺼지면서 1.5.미터 눈에 25분 정도 묻히면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히말라야 원정 훈련대가 양폭에 있어 급히 달려가서 구조하려 했는데. 벌써 의식이 없는 상태
우리는 10초마다 cpr를 계속하면서 누워게신 구조용당카을 끌면서 구조를 시작한다. 음폭에서 칠성골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공단 재난관리반과 119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잘 부탁드린다며 인수인계를 마치고 양폭에 다시 돌아왔다. 도저히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원들 모두 김형주선생님과의 인연을 얘기하면서 양폭산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산장지기는 나를 보더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며 인사를 건넨다. 지난여름 피곤한 몸에 잠시 쉬어 가려 산장 뒤편에서 매트리스에 누워 잠시 쉬었다 가려 했는데 대피소를 허락했던 그 사람이다. 알고 보니 훈련대원 몇몇이 안면이 있는 듯. 양폭산장에 누워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만경대 그 뒤에 숨겨 있는 칠선폭포 그리고 칠성골.

2월1일
훈련대원은 모두 죽음의 계곡으로 향한다. 10동지가 잠들어 있는 죽음의 계곡. 겨울이 아니면 들어 갈 수 없는 곳. 돌아가면서 러셀을 하는데 어제 내린 눈이 아직 크러스트가 되지 않아 허리까지 빠지는 눈에 조금은 힘들었지만 죽음의 계곡 초입에 도착하여 설동을 파기 시작한다.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반대편에 설동을 준비하고 15시30분에 교육을 시작한다. 계획되어 있던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탈출 법에 대한 교육을 변경하여 피켈을 이용한 다양한 등반기술을 교육한다. 삐에르 망쉬와 삐에르 바, 그리고 활락정지, 프랑스식 등반기술인 하이데거와 로우데거. 아이스바일을 이용한 등반이 훨씬 수월한데. 히말라야 고산 및 설벽등반을 위해서는 피켈을 이용한 응용등반기술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을 터득했다. 늘 교육 및 자료를 통하여 알고 있던 내용 이였지만 하이데거와 로우데거를 이용한 등반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교육은 해가 지고 달이 대청봉에 걸릴 때까지 계속된다. 죽음의 계곡 여기저기에는 상고대가 활짝 피어 힘든 교육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의 황홀경에 넋을 잃게 한다.
19시 조금 넘긴 시간에 교육은 종료되고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어제 산장에 머물면서 대부분의 음식을 바닥내서 그런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작은 코펠에 밥을 세 번이나 한다. 비벼먹고 끓여 먹고…….
조금 남겨 둘걸……. 괜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없어 팀 막내에게 보급을 부탁하며 몇 젓가락의 삼겹살을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10시경 코가 막히면서 도저히 앉아 있을 여력도 없다. 먼저 침낭을 펴고 설동에 누워 참을 청하는데 침낭 안에 젖은 부츠와 장갑 자켓등을 넣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0시30분 04시, 04시30분, 06시, 07시, 하루 동안 자면서 눈이 떠져 시계를 쳐다본 시간. 내가 잠을 잔건지 그냥 누워 있던 건지. 기억이 없다.

2월2일
그런 추위에 몸을 떨며 아침을 맞이하고 하산을 준비한다. 첫날부터 속을 썩인 발뒤꿈치의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이 든다. 그래도 묵묵히 대원들의 뒤를 따른다. 09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하산을 시작하여 비선대에 도착하니 12시를 조금 넘기고 소공원에 13시에 도착한다. 김은섭님이 먼저 도착하여 시원한 맥주 캔 하나씩 수고하였다며 건네준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의 칼칼함이 훈련의 피로를 씻어준다. 이렇게 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한 첫 훈련을 마무리 한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사무국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3-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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