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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기도 히말라야 등반 2차 훈련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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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기도 히말라야 등반 2차 훈련일지

■ 대상지 : 북한산 인수리지, 백운대 대슬랩
■ 훈련기간 : 2009년 2월6일-2월8일
■ 훈련대원 : 인원축소로 조별편성 의미 없어짐
■ 훈련목적 : 등반시스템(믹스 클라이밍)의 이해와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자력 탈출법
■ 훈련내용 :
1. 등반시스템(믹스)
- 인수리지
2. 고산에서의 기상악화에 따른 대응능력 향상
- 비박과 대원들 역할 분담
3. 어센딩 훈련과 자력 탈출법
- 장비 없이 코드슬링으로 어센딩훈련
- 자력 탈출법(가르너)과 크레바스에 빠진 대원구조

■ 야영 및 취사
2월6일
인수산장 21구역에서 비박
12시 야영장도착/ 간담회후 취침
수원에서 도선사주차장으로 개별이동
수원생체협사무실에서 이론교육후 이동
날씨 :맑음

2월7일
인수리지(좌향크랙 하단부에서 비박)
아침: 우동
점심:행동식
저녁:취사
선등:김철수
09시:21야영장 출발
16시:비박지도착
김덕진,류기현, 김용석 훈련대원 15시 철수
날씨:흐림

2월8일
백운대슬랩에서 교육
아침:
점심:라면
저녁:매식
09시:출발
10시: 백운대슬랩도착
13시30분 : 교육종료
15시 : 도선사주차장
-푸르지크등반
-가르너
-구조법
날씨: 맑음

■ 평가
- 기온의 급격한 저하와 시야 미확보로 등반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대원들 침착하게 등반훈련 몰입
- 춥고 힘들었지만 역할 분담 없는 상태에서 각자 스스로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노력을 견지함.
- 고산에서 장비 없이 어센딩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코드슬링을 이용(푸르지크매듭)한 어센딩 훈련(가르너)
- 주마 없이 대원이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구조하는 교육은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자극 이였음.
- 훈련은 힘들었지만 생활면에서는 대원들 스스로가 자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율을 보장하였음. 이러한 교육과 생활이 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배움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음.

■ 줄거리
19시 수원실내체육관 생체협회의실에 도착하니 박태원대장은 벌써 교육준비를 마치고 대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대원들은 20시가 다 되어 모였고, 교육은 지난 주 1차 훈련 과정에 대한 조별 보고를 마치고 시작된다. 박태원대장은 전문 강사답게 풍부한 교육 자료와 이미지를 가지고 진행하는데, 한 사람도 조는 사람 없이 박대장의 이론교육을 경청한다. 한정된 소수인원이 선발되어 히말라야로 갈 수 밖이 없는 상황이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교육에 임하는 모습이 모든 훈련대원이 함께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교육을 마치고 새롭게 편성된 조별 준비물을 북한산 입구 마트에서 구입하고 한적한 도선사매표소에 차를 주차하니 23시를 넘긴 시간이다. 벌써 부터 침낭속이 그리워진다. 날은 그리 춥지 않았고 한여름이면 도선사주차장에 밤을 잊은 사람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시원한 바람과 한적함을 느끼고 있을 텐데, 지금은 도선사 주차장 한 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부처님 동상 앞의 촛불만이 흐믈거리고 있다.
주말이면 태릉 갈비 촌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수야영장에는 고성방가와 취객들로 넘쳐나고 이곳이 과연 많은 산악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인가 할 정도로 왁자지껄 하였을 텐데. 이곳도 너무 조용하다.
우리는 인수야영장 하단부에 있는 21구역으로 이동하고 각자 침낭을 편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겠지만 서로가 둘러 앉아 산악인들답게 산과 관련된 모든 지식을 쏟아낸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얘기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관계된 모든 산악인들의 일상과 등반경험을 얘기한다.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힘이 느껴지고 관록이 묻어난다.
자정을 넘기고 내일 있을 교육을 위해 모두가 취침해 들어간 시간은 익일 01시.

2월7일 08시 박태원대장은 훈련대상지로 인수리지를 선택한다. 이중화에 픽켈만으로 등반이 가능할지 대원들은 박대장의 말에 반신반의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권위와 힘(?)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인수리지는 3인 1조 등반시 3시간 , 난이도 : 5.7-5.9 중급으로 김철수 대원이 선등으로 낙점된다. 1피치는 높이10미터 정도로 경사 75의 직상크랙을 올라야 한다. 김철수 대원은 크랙에 캠을 넣으면서 피켈의 피크부분을 밀어 넣어 발목이 꺾이지 않는 불편함으로 1피치를 완수한다. 성낙신 대원은 직상크랙 좌측으로 이어진 밴드길을 따라 오르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모든 대원들이 1피치를 마무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30분. 이 크랙의 난이도는 5.8급 정도라고 하는데. 다들 1피치부터 혼이 난다. 장갑은 미끄러져서 빠지려고 하고 이중화에 발 잼잉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다들 무릎으로 기고 엎드려서 완수한다.

피치구분도 되어 있지 않은 구간을 이중화 신고 피켈만으로 돌파하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새벽부터 북한산에 들어찬 가스가 하루 종일 머문다. 바람은 심하게 불고 배낭 안에 넣어둔 자켓을 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고 장갑을 파고 둔 추위가 손으로 전달되면서 입김을 불어 넣어도 마찬가지다. 예정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몇몇 대원은 하산하려고 하자, 박태원대장은 못내 아쉬운 듯 설득도 해보지만 더 이상 전진이 어려울 것을 판단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하산한다. 우리는 이렇게 대원들을 내려 보내고 좌향 크랙 하단부의 비박지에서 비박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식수다. 마실 물도 없다. 우리는 저마다 코펠을 들고 나뭇가지에 얼어 있는 상고대를 따서 식수로 사용하기로 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재미있다. 그런데 이물질이 워낙 많아서 끓여 놓은 것을 보니 도저히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고낙영 대원과 안정훈대원이 백운산장에서 물을 떠 오겠다고 자청한다. 배낭을 하나 비워 수낭과 수통을 배낭에 가득 넣고 내려 보내는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저들도 힘들고 배고플 텐데…….

두 대원을 내려 보내고 우리는 먼저 식사하기로 결정한다. 설익은 밥과 건조식량으로 준비한 육개장. 하루 종일 배고픔과 추위에 몸서리치다 시에라 컵에 담긴 밥을 보니 왜 이렇게 반가운지. 근사한 식당에서 한 끼에 몇 만원 주고 먹는 정식이 안 부럽다. 과연 그들이 이런 식사를 해본 적이 있을까? 값으로 계산하면 천원도 안 될 거리지만 그래도 나는 산에서 먹는 밥이 제일 좋다.
하루 종일 선등하느라 피곤하였던지 김철수 대원과 성낙신 대원은 바로 침낭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두 대원을 기다린다. 2시간을 조금 넘겼을까? 하단부에서 랜턴 불빛이 보인다.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우리는 안도한다. 잠시 후 먼저 올라온 안정훈대원이 고낙영대원이 17kg의 무게를 짊어지고 온다고 한다. 괴물 같은 놈! 그 엄청난 체력이 어디서 오는지, 우리는 고생했을 대원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반찬은 국과 김치가 전부지만 맛있게 먹는다. 밥을 꽤나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코펠 구멍 날 정도로 싹싹 비웠다. 우리는 침낭을 몸으로 감싸고 둘러 앉아 오늘 있었던 등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08시 기상하여 09시에 백운대슬랩으로 이동한다. 대슬랩에 로프를 걸어 놓고 어센딩훈련을 한다. 먼저 박대장이 실습을 보인다. 가르너훈련이다. 코드슬링 1개와 0형 카라비너3개만으로 어센딩이 가능하다. 코드슬링을 이용하여 자신이 팔을 뻗어 닿을 위치에 푸르지크 매듭을 하고 0형 카라비너를 하나 걸어 둔다. 그리고 자신의 하네스에 0형 카라비너 두개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킨다. 그리고 뒷줄을 이용하여 로프가 통과한 카라비너의 첫 번째에 다시 통과시키면 자신의 몸에서 로프가 이탈되지 않는다. 그런 다음 로프의 끝부분을 푸루지크매듭에 걸어 둔 카라비너에 통과시켜 당기면 몸은 쉽게 올라가고 뒤로 밀리지 않는다. 각자 실습을 해본다. 사실 주마를 이용하면 쉽게 되겠지만 주마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어센딩할 수 있을 것인가? 박태원대장은 우리에게 기본이 충실하면 응용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며 교육은 계속 이어진다.

슬링을 이용하여 크레바스에 빠진 대원을 구출하는 경우에는 로프의 상단(자신이 팔을 뻗어 닿을 위치)에 푸르지크 매듭을 하고 하네스 하단부즈음에 푸르지크 매듭을 한 번 더 한다. 한번 당긴 로프는 하단부에 설치한 푸르지크가 잡아주기 때문에 밀리지 않으며 자신은 상단부에 설치한 푸르지크에 확보되었기 때문에 추락의 위험이 없다. 그러나 사람을 끌어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도저히 혼자서는 사람을 끌어 올릴 수 없을 것 같다. 대원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올라오려고 움직임이 있는 경우에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13시 30분 교육을 종료한다.
14시 40분 도선사로 하산하여 북한산 입구에 있는 두부 집에서 간단한 식사와 평가를 마친 후 각자 집으로 귀가한다.

* 사무국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3-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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